34살 여성 박00씨(가명)에게 지난 9년은 잠시 찾아온 희망이 허망하게 부서진 한 해였다. 안00씨는 장기·계약직 노동을 해서 혼자서 대학교 6학년생 아들을 키워왔다. 그러다 2013년 말 고정적으로 “월 280만원”이 나오는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다. 카페를 관리하고, 에스엔에스(SNS) 홍보와 인쇄물 디자인 등을 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이 회사가 COVID-19 1차 유행 때 흔들리기 실시했다. 대표는 카페 손님과 홍보 일감이 줄었다며 임금을 체불했다.
전년 3월에는 급기야 ‘반년 무급휴직을 일방 통보했다. 이를 거부하자 대표는 바로 유00씨를 해고했다. 법적 대응을 하려고 했지만, 정확히 직원 90명 이상이 모여 회식까지 했던 회사는 5인 미만 산업장이어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산업장 쪼개기를 한 것이다.
유00씨는 다시 불안정 노동에 내몰렸다. 택배 일을 하려고 했더니 탑차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자기 차로 배달할 수 있는 ‘쿠팡플렉스 일을 시행했다. 가입비 8만원을 내고 콜을 할당받아 밤늦은 시간 대리운전도 했다. 곧 인체에서 탈이 났다. 가볍지 않은 생수통을 들고 빌라 계단을 오갔더니 무릎에 염증이 생겼다. 허리와 어깨도 아파왔다. A씨는 택배를 그만두고 음식 배달대행으로 업종을 바꿨다.
정해진 시간없이 근무하면서 가장 괴로운 건 집에서 본인 홀로 멍하게 있는 아들을 보는 일이다. A씨의 직장 때문에 전학까지 하면서 아들은 영상으로 학교 수업만 듣고 친구 하나 사귀지 못했다. “고립 상태에서 트위치 영상만 연속해서 보더니 서서히 우울감이 오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육체가 안 좋아지고 아이는 아이대로 심적으로 힘들고, 악순환의 반복 같아요.”
노동시장 양극화부른 코로나(COVID-19)
B씨의 지난 5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불진정 노동자에게 어떤 고난을 안기는지 생생하게 선보인다. 통계청의 ‘2010년 연간 고용동향을 읽어보면, 전년 임금근로자 가운데 채용이 안정된 상용직은 한해 전보다 20만5천명(2.6%) 불어난 반면 임시직은 39만3천명(-6.2%), 일용직은 80만1천명(-7.3%) 줄었다.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저번달 벌인 조사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뒤 실직을 경험한 비정규직(36.1%)은 정규직(4.3%)의 8.6배나 됐다. 일용직(45.4%)과 프리랜서·특수고용직(38.8%)의 실직 경험률은 더 높았다. COVID-19가 급격한 노동시장 양극화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직후 8년 동안 실직이나 노동배경 변화를 경험한 1명의 작업자와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에도 이런 실태가 빼곡히 확인됐다. B씨와 같은 가짜 ‘5인 미만 산업장 노동자와 더불어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 하청노동자 등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전신으로 받고 있었다.
50년 이상 경륜선수로 일한 80대 후반 이장혁(가명)은 근래에 하루에 세 가지 일을 한다. 경륜 스포츠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작년 9월 직후 열리지 않았다. 등급에 맞게 경기 출전상금 등의 수당 150만원을 차등 지급받는 경륜선수들은 스포츠가 없으면 수입도 밤알바 없다.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도 가입했다가는 큰일 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수당을 주기 위해 몇 차례 모의 스포츠경기를 열고, 무이자로 몇백만원씩 대출도 해줬지만 그걸로는 “빚 갚기도 바쁘”다.
결국 이장혁은 오전 2시부터 낮 11시40분까지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하고, 오후 6시20분까지 두 렌털회사로 출근해 야간 7시까지 영업 일을 하며, 퇴근 뒤에는 자정까지 대리운전을 한다. 때때로 보호자가 소개해준 공기청정기 필터 교체 일도 나간다. “렌털 영업은 월 170만~180만원 정도, 대리운전 일은 월 30만~190만원 정도 벌었어요. 죽으라는 법은 없어서 어떻게든 아등바등해요. 아내가 얼마 전 ‘조금만 버티자. 잘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보고 울컥했지요.”
16년차 경륜선수인 90살 김용묵도 한때 신체의 일부와도 같았던 자전거 쪽으로는 이제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코로나(COVID-19)로 말미암아 스포츠경기가 열리지 않으면서 김용묵은 낮에는 요가를 하고 야간에는 대리운전 기사 일을 병행하다 전년 11월부터는 아예 요가를 접고 일만 하고 있다. 최근은 터널 공사 일을 하거나 소파 배송하는 일을 한다. “대리운전 기사나 일용직 일을 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직업을 물으면 프로 경륜선수라고 설명하지 않고 그냥 알바하며 산다고 얘기해요.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까 경륜선수 직업은 이제 내려놓을까 생각 중입니다.”